반응형

cinema 11

소유와 권리에 관한 해석,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e Utopia>(2023)

한국의 현주소를 은유하는 는 거주의 불안정이 야기하는 비윤리적 행태를 조명한다. 재난 발생 이후는 모든 현대 사회의 계급은 사라지고 무리 지어 생활하는 문명 이전의 시대를 연상시키나, 이내 소유는 곧 권력이 되면서 대표자와 계급의 발생으로 진화되는 인간사회를 보여주는 듯하다. 현대 인간사회는 자본이 곧 권력이 된다. 영화 첫 장면의 아파트 건축 공사 푸티지는 하나의 땅에 한 명의 소유자가 있었던 주택 생활에서 하나의 땅에 여러 명의 거주자가 생기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아파트의 자본주의적 성격을 강조한다. 아파트는 각자에게 다른 의미를 가진다. 가령, 명화(박보영)와 민성(박서준)에게는 따뜻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곳이라면, 영탁이라 속인 모세범(이병헌)에게는 가정 분열의 원인이 되었다. '모범'적인 삶을..

유진은 어디서 왔는가, <다음 소희 Next Sohee>(2023)

정주리 감독의 에서 도희가 춤을 추듯, 에서는 소희(김시은)가 춤을 춘다. 도희와 소희에게 춤은 유일한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듯하며 이 춤으로 만난 인연은 그들을 살아가게 한다. 소희는 누고보다 씩씩하다. 그리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하지만 콜센터 면접을 위해 신어 본 구두가 춤을 방해하듯, 맞지 않는 사회에 억지로 적응하려 한 소희는 연속된 부당한 일에 잠식되어 간다. 잘못하지 않은 일에 처음 사과를 하게 된 소희는 벽을 마주한다. 소희는 더 이상 춤을 추지 않는다. 점차 웃음을 잃어 가는 소희는 팀장의 자살 이후, 으례 그의 성격 처럼 유일하게 장례식에 참석하고 비밀 유지 각서를 가장 늦게 제출하기도 한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점차 균열이 생기게 되었지만 부모님도, 선생님도 실망시킬 수 없다. ..

어린 사랑과 파멸에 관한 이야기 <퐁네프의 연인들 The Lover's on the Bridge>(1991)

레오 까락스 감독의 사랑 3부작 중 마지막 이야기, 은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던 영화가 뜬금없이 해피엔딩이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미셸(줄리엣 비노쉬)의 자살로 끝나는 거였다고 하나 3년이나 걸린 촬영 기간에 지쳤던 줄리엣 비노쉬가 결말을 수정하기를 원해서 타이타닉 같은(?) 마지막 장면이 나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새드엔딩이 더 극의 분위기와 어울렸을 것 같다. 도로를 달리는 차의 시점에서 영화는 시작되며 이는 비현실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다. 어디선가 떨어진 알렉스(드니 라방)는 정처없이 길을 돌아다니다 연인들이 타고 있던 차에 치인다. 복선이 되는 '사랑하는 연인들에 의해 평생 다리를 절룩거리게 된 알렉스'는 마찬가지로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미셸에 의해 발견된다. 알렉스가 사는 다리에서 둘은 재회..

우리 함께 행복할 수 없을까? <해피투게더 Happy Together>(1997)

홍콩에서 뜨거운 사랑을 한 둘은 스탠드에 그려진 이과수 폭포를 직접 보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향한다. 하지만 둘은 이과수 폭포를 찾아 헤매던 중 헤어지게 되고, 영화는 이때부터 아휘(양조위)의 시점에서 그려진다. 둘은 서로를 사랑하는 만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실적인 아휘는 항상 쾌활한 보영(장국영)이 좋다. 둘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한다. 아휘가 주인공인 시점에서는 아휘가 보영의 자유분방함을 감당하지 못 해서 헤어진걸로 보인다. 홍콩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버는 아휘는 목표지향적이며 현실적이다. 반면, 보영은 현재를 즐기고, 따분함이나 싸움은 외면하려고 한다. 보영은 아휘의 자상함이 좋지만, 그의 집착은 싫어한다. 밀어내려 할수록 다가오는 보영과 끊어낼 수 없..

구원은 어디서 오는가 <밀양 Secret Sunshine>(2007)

이창동 감독의 은 영화에 반복 등장하는 것처럼 '햇볕'이 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유괴에 관한 것도, 반기독교주의적인 것도, 정신나간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것도 아닌, 한 인물의 상실과 구원이라는 측면에서 해석 가능하다. 이 영화는 아이 유괴 전과 후로 막을 구분할 수 있다. 어쩌면 앞의 내용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굳이 관객의 감정을 동요시킬 수 있는 클로즈업도 1부에서는 자제되고 있다. 남편을 잃고 밀양으로 흘러들어온 신애(전도연)는 '비밀의 볕'이라는 '밀양'의 속뜻을 알고 있다. 신애는 철저히 자신의 삶을 부정한다. 남편의 외도를 부정하거나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면서도 형편없는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신애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같다. 아들에게 돌변하는 모습도 그녀가 ..

사라져 가는 도시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 <스틸라이프 Still Life>(2006)

중국 6세대 감독을 대표하는 지아장커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다수 연출하며 파괴되어가는 중국의 전통을 카메라로 담담히 포착한다. 5세대 감독이 중국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 세계화하려는 시도를 했다면, 6세대 감독들은 기존의 전통을 지키기위해 사라져가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한다. 다큐멘터리 과 함께 '싼샤'에서 찍은 는 두 갈래로 나눠져있으며 각 인물들은 붕괴되어가는 도시 '싼샤'로 흘러 들어온다. 오프닝 시퀀스의 수평트래킹은 도시로 들어가는 인물을 전경에서 비추며 앞으로의 일들을 압축한다. 화면에 제시되는 '담배, 술, 차, 사탕'은 사라지지 않은 것, 남아있는 것으로 자리한다. 한산밍(한 산밍)이 숙소를 잡고 건네받는 것은 '담배'이며, 고향의 '술'을 선물로 가져온다. 동료에게 받은 '..

어쩌면 가장 외로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Nobody's Daughter Haewon>(2012)

은 여느 홍상수 감독 영화들 처럼 일기 형식이자 보이스오버 나레이션으로 주인공이 화면 밖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캐나다로 떠나는 엄마와 마지막으로 밥을 먹기 전, 해원(정채원)은 잠이 든다. 꿈 속에서 '제인 버킨'을 만나고 딸이 너무 예쁘다며 칭찬하는 해원. 해원은 꿈을 통해 떠나가는 엄마의 존재를 '제인 버킨'에게 투영하여 모성애를 실현시키고 있다. 두번째로 만나는 인물은 불륜 대상인 성준(이선균)이다. 출입금지된 '사직공원'을 남녀가 넘나들며 금기시되는 일을 저지르고 있음이 은유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 해원은 친구들에게는 시기의 대상이고 성준에게는 숨겨야하는 존재다. 해원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사람은 극중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 점이 해원을 누구의 딸(소유)도 될 수 없는 존재..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 <몽상가들 The Dreamers>(2003)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은 프랑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사건과 68운동을 배경으로 순수함을 지닌 이사벨(에바 그린)과 테오(루이 가렐), 이성을 대표하는 매튜(마이클 피트)가 극을 이끌어나간다. 영화광인 그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순수한 열망을 채워나간다. 쌍둥이 이사벨과 테오는 매튜를 그들의 삶에 끌어 들여 보통과는 다른 관계 속에 자리잡는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여기서의 선정성은 에로틱한 것이 아니라 순수 그 자체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의 누드씬은 그렇게 선정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아직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들은 아파트에 갇혀서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산다. 이들은 제목의 '몽상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둘은 나체로 같이 잠들거나 함께 씻는 등 상식적으로..

사랑의 끝, 경멸에 대하여 <경멸 Contempt>(1963)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적인 감독 장 뤽 고다르는 , , 등 고전영화에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영화 은 뛰어난 색채 감각과 사랑을 바라보는 태도를 과감한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영화'라는 점을 관객에게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 안에는 라는 영화 안의 영화를 또 등장시킨다. 영화 으로 유명한 프리츠 랑 감독이 실제로 등장하는 점 역시 반환영주의로써 자기반영성을 나타낸다. 폴(미셸 피콜리)은 시나리오 작가로써 제작자인 제레미(잭 팰런스)의 눈치를 본다. 제레미가 그녀의 아내 까밀(브리짓 바르도)을 유혹하는데도 그는 오히려 아내를 제레미와 동행하게 한다. 그리고 이 불편한 동행은 많은 오해를 낳는다. 집으로 돌아온 까밀은 폴의 진심에 의문을 가진다. 그들 사이에 위치한 벽이 그들의 갈..

귀속되지 못한 이의 비극적인 삶과 구원 <주정뱅이 천사 Drunken Angel>(1948)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초기작 에서는 그의 페르소나인 미후네 토시로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의 강렬한 이미지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역동성과 합을 이루며 프레임에 힘을 더한다. 초기작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깔끔하고 미장센과 연출방식이 완성형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구로사와 아키라가 패전 직후 일본에 살아가는 일반인들을 어떻게 그려냈는가'이다. 미후네 토시로는 폐허가 된 도시 속에 소속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삶으로 귀결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마츠나가(미후네 토시로)는 출신이 불분명한, 패전 이후 홀로 부유하는 인물이다. 그는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이방인이다. 그가 소속된 곳은 야쿠자 집단이지만 그곳에서도 소속감을 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