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movie report_영화_비평

소유와 권리에 관한 해석,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e Utopia>(2023)

cinephile 2023. 8. 14. 14:58
반응형

 

 

 

한국의 현주소를 은유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거주의 불안정이 야기하는 비윤리적 행태를 조명한다. 재난 발생 이후는 모든 현대 사회의 계급은 사라지고 무리 지어 생활하는 문명 이전의 시대를 연상시키나, 이내 소유는 곧 권력이 되면서 대표자와 계급의 발생으로 진화되는 인간사회를 보여주는 듯하다.

 

현대 인간사회는 자본이 곧 권력이 된다. 영화 첫 장면의 아파트 건축 공사 푸티지는 하나의 땅에 한 명의 소유자가 있었던 주택 생활에서 하나의 땅에 여러 명의 거주자가 생기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아파트의 자본주의적 성격을 강조한다.

 

 

아파트는 각자에게 다른 의미를 가진다. 가령, 명화(박보영)와 민성(박서준)에게는 따뜻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곳이라면, 영탁이라 속인 모세범(이병헌)에게는 가정 분열의 원인이 되었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도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사회 구조 속에서 모세범의 가정 상실에 대한 집착은 주거 공간으로 옮겨간다.

 

아파트 소유권은 3주 전에 이사온 사람에게는 삶을 이어갈 자격을 부여하지만, 20년을 일한 경비 아저씨는 쉽게 몰아낸다. 종이에 적힌 집문서는 소유한 자와 아닌 자로 삶과 죽음을 가른다. 그리고 그것은 그른 일에 대한 명분이 된다.

아파트 주민이면 받아주고, 아니면 대표에서 역적이 되는 이 얄팍한 명분은 선으로 대표되는 명화를 악으로, 악으로 대표되는 모세범을 영웅으로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선악의 판단을 유보하게 한다. 초반에는 소유권이 있는 주민들이 약자를 몰아내는 것이 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후반에는 외부자가 무단으로 집을 차지하려는 것이 악으로 보인다. 우리는 어느 집단에 감정을 이입하고 있는가에 의식적이여야 한다.

이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모세범은 사기를 당해 거주권에 대한 환상이 꺾이게 되었고, 민성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액자 속의 따뜻한 가정을 욕망한 보통 사람이다.

 

 

현대 인간사회에서 자본은 곧 권력이라지만 그것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좌우할 권리는 없다.

영화는 거주의 불안정성에서 시작하지만, 이는 자본주의 인간사회의 모순을 역설한다. 모세범은 영탁을 죽임으로써 아들이라는 자리와 집을 소유하였다.

그럼에도 모세범은 뺏기만한 자는 아닐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