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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랑과 파멸에 관한 이야기 <퐁네프의 연인들 The Lover's on the Bridge>(1991)

cinephile 2022. 3. 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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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까락스 감독의 사랑 3부작 중 마지막 이야기, <퐁네프의 연인들>은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던 영화가 뜬금없이 해피엔딩이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미셸(줄리엣 비노쉬)의 자살로 끝나는 거였다고 하나 3년이나 걸린 촬영 기간에 지쳤던 줄리엣 비노쉬가 결말을 수정하기를 원해서 타이타닉 같은(?) 마지막 장면이 나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새드엔딩이 더 극의 분위기와 어울렸을 것 같다.

 

 

도로를 달리는 차의 시점에서 영화는 시작되며 이는 비현실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다.

어디선가 떨어진 알렉스(드니 라방)는 정처없이 길을 돌아다니다 연인들이 타고 있던 차에 치인다. 복선이 되는 '사랑하는 연인들에 의해 평생 다리를 절룩거리게 된 알렉스'는 마찬가지로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미셸에 의해 발견된다.

 

알렉스가 사는 다리에서 둘은 재회한다. 그림을 그리는 미셸은 실연당한 아픔에 떠돌아 다니는, 사실은 홈리스가 아닌 육군 아버지 밑에서 자란 평범한 가정의 소녀다. 미셸을 사랑하게 된 알렉스는 헌신적이지만, 미셸은 그렇지 않다. 성도착증 환자처럼 보이는 그녀는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는 존재인 육군 아버지, 다리의 주인(?) 한스, 전연인 줄리앙, 안과 의사 데스토슈, 알렉스와 같은 남자들에게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하며 정착하지 않고 떠돈다.

 

이별에 의한 상실감은 영화에서 파멸을 불러오지만, 미셸은 감정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하고 쉽게 다른 사람을 만날만큼 사랑에 대한 미성숙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알렉스는 미셸을 사랑할수록 다친다. 불을 내뿜는 알렉스 처럼 불같은 관계인 그들의 감정은 폭발적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그렇게 위태위태한 사랑을 하는 그들은 결국 미셸에 의해 끝난다. 미셸과 알렉스의 파괴적인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들의 낭만적일 것 같은 사랑이 함께 정착하게될 그곳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이들의 사랑은 항상 어리기만하여 해피엔딩에도 닫힌 결말 같은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퐁네프의 연인들>은 아름다운 미장센에 가려진 폭력적인 사랑, 미성숙한 사랑에 파멸하는 인물들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품과 마찬가지로 사랑에 대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남자와 엘렉트라 컴플렉스를 가진듯한 여성 인물이 등장하는 <퐁네프의 연인들>은 낭만적인 로맨스 영화라고 볼 수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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