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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어디서 오는가 <밀양 Secret Sunshine>(2007)

cinephile 2021. 8. 12.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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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영화에 반복 등장하는 것처럼 '햇볕'이 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유괴에 관한 것도, 반기독교주의적인 것도, 정신나간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것도 아닌, 한 인물의 상실과 구원이라는 측면에서 해석 가능하다.

 

이 영화는 아이 유괴 전과 후로 막을 구분할 수 있다. 어쩌면 앞의 내용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굳이 관객의 감정을 동요시킬 수 있는 클로즈업도 1부에서는 자제되고 있다.

 

 

남편을 잃고 밀양으로 흘러들어온 신애(전도연)는 '비밀의 볕'이라는 '밀양'의 속뜻을 알고 있다. 신애는 철저히 자신의 삶을 부정한다. 남편의 외도를 부정하거나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면서도 형편없는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신애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같다. 아들에게 돌변하는 모습도 그녀가 상실을 거듭하며 자신의 진짜 모습과 현실을 외면하려고 몸부림 치는 행위로 보인다.

 

1부는 남편의 외도와 죽음으로 인해 밀양에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의 가게에 참견할 정도로 오지랖이 넓으면서도 종찬(송강호)에게는 지나치게 차갑다.

2부는 아이의 죽음으로 인한 종교활동이다. 교회에서 울분을 터트린 그녀는 다시 한 번 아픔을 잊으려 노력한다. 1부에서는 방어기제가 회피였다면, 2부에서는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다만, 이는 궁극적인 애도 극복 과정으로는 보이진 않는다. 종교 생활을 하면서 가해자를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에 들린 그녀는 속죄받았다는 가해자의 말에 다시 자신이 구축한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세 번째로 그녀는 몸을 팔기로 한다. 하지만 상황이 뜻처럼 되지 않았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해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한다. 결국 신애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가면서까지 상실의 아픔을 최선을 다해 피했지만, 결국 뿌리깊이 박힌 상실의 고통은 해결되지 못했다. 회피와 굴복의 굴레에 살아간 신애를 종교도, 타락도 구제해주지는 못했다.

 

퇴원한 신애는 어쩐지 담담해보인다. 그녀는 더이상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머리를 잘라주던 아이가 가해자의 딸임을 알았을 때, 더이상 참지 않고 미용실을 나서는 신애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행동 중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보인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녀의 오지랖을 받아들인 옷가게 주인을 만나고 웃음을 짓는 신애의 모습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머리를 자르는 그녀를 위해 거울을 들어주는 종찬, 신애는 더이상 종찬을 막아서지 않고 도움을 받는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지 애처로웠다. 슬픔을 감당하기 힘든 그녀는 매번 그녀의 세계를 허물고 짓는 일을 반복했다. 타인에게 의존적이 되었을 때도 이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 부분이 반종교적으로 비춰질지 모르겠으나 이것도 결국 아이 유괴 사건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장치로 생각이 든다. 슬픔은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누면서 극복하는 것임을 신애는 깨달았을 것이다. 햇살이 비추는 방향은 언제나 그녀가 있는 곳이었다. 마지막, 햇볕이 마당을 비추고 있을 때 신애는 더이상 외면하는 삶을 살아가지 않을 준비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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