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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외로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Nobody's Daughter Haewon>(2012)

cinephile 2021. 8. 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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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여느 홍상수 감독 영화들 처럼 일기 형식이자 보이스오버 나레이션으로 주인공이 화면 밖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캐나다로 떠나는 엄마와 마지막으로 밥을 먹기 전, 해원(정채원)은 잠이 든다. 꿈 속에서 '제인 버킨'을 만나고 딸이 너무 예쁘다며 칭찬하는 해원. 해원은 꿈을 통해 떠나가는 엄마의 존재를 '제인 버킨'에게 투영하여 모성애를 실현시키고 있다.

 

 

두번째로 만나는 인물은 불륜 대상인 성준(이선균)이다. 출입금지된 '사직공원'을 남녀가 넘나들며 금기시되는 일을 저지르고 있음이 은유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 해원은 친구들에게는 시기의 대상이고 성준에게는 숨겨야하는 존재다. 해원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사람은 극중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 점이 해원을 누구의 딸(소유)도 될 수 없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

 

 

학교 도서관에서 잠이 든 해원은 꿈에서 친구를 만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은 후, 잠에서 깬다. 이후, 우연히 중원(김의성), 연주(예지원)와 중식(유준상), 모르는 아저씨(기주봉)를 만나고, 성원에게 이별을 고한 후 다시 잠에서 깬다. 잠에 드는 장면의 부재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이는 해원의 꿈이 현실의 결핍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음을 증명한다.

 

미국 교수 중원을 만나서 결혼 제안을 받는 꿈은 외국생활에 대한 갈망과 떠도는 해원이 안정적인 사람에게 정착하고 싶다는 소망이 섞여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원에게 있어 현실의 '외국'은 스스로를 남다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수단이 되면서도 시기질투를 받는 이유가 된다.

연주와 중식을 만나는 꿈은 미래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며, 성원에게 담담히 이별을 고하는 장면도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서 꿈 속에서나마 올바른 길을 택하려는 모습이다.

막걸리를 얻어 마시는 꿈은 부성애로 인식된다. 나이 많은 인물들과의 비도덕적 사랑은 부성애의 부재로 야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돌아온 현실에서는 해결된 것이 없었고, 애인에게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사랑의 결핍을 느끼는 해원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떠돌이들과 같아 보인다. 부유하는 인물은 정착하지 못하고 진실의 뒷편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점이 씩씩하고 당당해보이기만 하는 해원이라는 인물을 외로워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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