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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 <몽상가들 The Dreamers>(2003)

cinephile 2021. 7. 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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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은 프랑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사건과 68운동을 배경으로 순수함을 지닌 이사벨(에바 그린)과 테오(루이 가렐), 이성을 대표하는 매튜(마이클 피트)가 극을 이끌어나간다. 영화광인 그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순수한 열망을 채워나간다. 쌍둥이 이사벨과 테오는 매튜를 그들의 삶에 끌어 들여 보통과는 다른 관계 속에 자리잡는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여기서의 선정성은 에로틱한 것이 아니라 순수 그 자체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의 누드씬은 그렇게 선정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아직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들은 아파트에 갇혀서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산다. 이들은 제목의 '몽상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둘은 나체로 같이 잠들거나 함께 씻는 등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행동들을 반복하는데 제삼자인 매튜가 보기에는 이들의 행동이 불결하다. 하지만 이는 감독이 밝혔듯이 태초의 순수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함께 였던 이들은 태어나서도 '샴 쌍둥이'와 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유아기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사벨과 테오, 둘 사이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유대감이 있었다. 그 세계를 매튜가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고다르 <국외자들>의 루브르 박물관 패러디 씬부터 아파트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세 명의 캐릭터는 각각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매튜는 이성적이며, 전쟁을 꺼려하면서도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테오는 환상에 사로잡혀 대담하고 적극적이다. 이사벨은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고 테오에게 완전히 의지한 채 살아간다.

 

 

아파트라는 공간은 그들을 보호해주고 있다. 결국 자신들의 불결함을 부모님께 들킨 이사벨은 자살기도를 한다. 그때 시위대가 던진 돌로 그들은 구조된다. 창문이 깨지는 소리는 그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주는 것 같다. 밖으로 나가 시위대에 참가한 그들은 결국 환상이라는 열망으로 선두에 선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일어난 68운동은 매튜를 미국인의 상징이 되게 하고, 이사벨과 테오를 프랑스 대표로 만든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여 시위하는 쌍둥이(특히 테오), 그 열망을 방해하는 매튜, 그들의 이념은 프랑스와 미국 만큼 다르다. 미국의 입장에서 프랑스의 시위는 몽상가들의 환상에 놓여있다. 주인공을 미국인으로 설정한 것도 영화가 미국의 입장에서 프랑스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사벨과 테오는 목숨을 바칠 만큼 어떤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영화에 비추어보면 뉴스가 등장하는 영화 속 TV나 라디오는 순수하지 못하다. 다만 영화는 그 자체로 순수하다. 영화광인 세 인물의 모습은 중간 중간 등장하는 흑백고전영화 패러디로 대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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